2024 회고록
일기?
도대체 난 왜 회고록만 쓰면 일기가 되는가!?
최대한 고민한 점, 느낀점을 담으려고 노력은 했다..
1-2월
종합 설계 2 스터디
졸업 프로젝트 과목으로, 총 1년 짜리이다. 1, 2 중 하나만 듣고 인턴으로 빠지는 학생들도 있는데, 나는 기왕 시작한 기업 연계 프로젝트인 거 끝을 한 번 보고 싶어서 끝까지 남는 것을 선택했다. 인턴을 선택했어도 분명 배울 게 많았겠지만, 종합 설계를 수강하면서도 많이 배웠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우리 팀이 선택한 주제는 스마트 팩토리 관련한 주제였고, 인프라 팀과 AI 팀으로 나뉘었다. 2023-2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 때는 기획을 구체화하고 개발에 도입해야 했다. 논문을 쓰기로 했기 때문에 방학 때도 교수님과 2-3주에 한 번씩 미팅을 하며 방향을 정해갔다. 이 때까지만 해도 Auto Encoder와 GAN을 사용한 이상 탐지, 로드 밸런싱 등이 주제였다.
개별 연구 2 스터디
이 또한 졸업을 위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다. 교수님들께서 개별적으로 주제를 정해서 과목을 개설하면 원하는 주제를 신청해서 인터뷰를 수행한 뒤 연구를 시작한다. 이 과목도 두 개를 들어야 하는데, 나는 2023-2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방학 때는 구체화를 진행해야 했다. 보통 개별적으로 수행하는데, 나는 2인 1조로 진행했다.
주제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화재 감지 기술이었고, 우리 팀은 도메인을 좁혀 실내 화재 감지와 경량화를 목표로 했다. 스터디를 수행하다가 팀원이 YOLOv7을 발견했고, 해당 모델의 tiny 버전과 기본 버전의 차이를 코드를 뜯어보며 스터디를 진행했다. 프젝 이후에는 베이스 모델 선정을 보다 신중히 해서 내가 한 작업의 필요성과 근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여행
1월에는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첫 해외 여행이었다. 2023년 하반기부터 계획해서 매달 30만 원씩 공용 통장에 저금하며 준비했다. 교토-오사카로 3박 4일 동안 다녀왔는데, 아주 지쳐 쓰러지는 줄 알았다. 너무 신난 나머지 우리의 체력을 분배하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부담스럽지 않게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여행을 기획해야겠다.
3월
3월에는 개강과 내 생일이 있다! 학교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았는데 서프라이즈로 케이크와 선물을 준비해줬던 것이 기억난다. 종설2와 개연2가 모두 막바지라 아주 바쁘고 지치던 와중에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4-5월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에는 종설2, 개연2 모두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살면서 처음 작성해보는 논문은 보고서와는 아주 결이 달랐다. 당시에는 성적을 받고 졸업을 위해 즉, 살기 위해(?) 논문을 작성했는데, 여러 논문을 읽어보고, AI를 보다 많이 공부해본 지금은 내가 쓴 논문이 매우 하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특정 주제에 대해 사전 조사, 데이터 탐색, 실험 수행, 논문 작성 등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본 것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름 체계적으로 수행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6월
작성한 논문 발표를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솔직히 쫄아서 Poster 세션으로 지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다듬어 Oral 세션으로 지원해볼 걸 한다. 근데 그럼 accept되지 않았을 수도? ㅋㅋㅋ 아무튼 매우 긴장했기 때문에 발표 대본을 통으로 외웠는데, 목소리 달달 떨면서 발표하는 내 모습이 참 대견했다. ㅎㅅㅎ
그저 긴장과 기대만 가득 찼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연구에 대한 열망이 생기고, 학부생 이후에도 AI 분야에 몸 담아보고 싶어진 계기가 되었다. 연구실 사람들도 함께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꿈의 실현을 위해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매우 멋졌다.
7월
컨퍼런스 이후 AI를 제대로 공부해서 나도 편리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이러한 관점에서 되돌아보니 내가 있는 연구실은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였으며, 얼마 되지 않는 학부생 기간 동안 쌓은 지식으로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내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트캠프를 찾아다녔다. 뭐라도 더 배워보고 싶은 의지로 가득 찼었고, 결국 네이버 부스트캠프를 접했다. 지원서를 작성하고 코딩 테스트를 보고 나니 다른 활동은 눈에 잘 잡히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자신 있어서 나태해지기도 했다.
기왕 지원하는 거 평소에 서버가 없으면 경험하기 힘든 NLP 트랙을 선택했다. LLM이 대박을 치는 요즘,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트렌드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AI Agent, AGI 등 컴퓨터가 점점 더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는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재밌다. 최근에는 이런 똑똑한 AI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8-9월
네이버 부스트캠프 AI Tech 7기에 붙었고, 나는 NLP 트랙의 캠퍼가 되었다. 학교 외의 환경을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것이고, 졸업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긴장했다. 일정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이 무색하게 프로젝트가 시작되니 ‘잠이 뭐에요?’가 되었다.
들어만 봤던 Hugging Face 라이브러리들을 직접 사용하고, 데이터 분석과 모델 성능 향상 기법 등 다양하게 배웠다. 학교에서 하던 것들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고, 더 고등 수준의 지식을 배우려면 배움의 의지가 강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인프라가 충분했다면 연구실에서나마 미리 접해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새로운 팀을 기획하는 구인구팀 이벤트가 있었다. 비슷한 관심사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짧은 미팅을 통해 상대와 나의 결이 맞는지를 고민하고 파악한다는 과정 자체가 낯설었고, 과연 나는 내가 정한 기준에 부합한지조차 자신이 없었다. 그에 비해 나 외 다른 팀원들은 질문도 활발히 하고, 기준도 확실히 정해둔 것 같아서 멋지다는 생각을 했고, 동시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담을 갖기도 했다.
11월
새로운 팀과 첫 프로젝트를 시작할 타이밍에 사고가 났다. 잘해내고 싶었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고 싶었는데 아쉬움과 무력감이 매우 컸다. 따라서 입원하는 동안 센치해지고 시니컬해지기도 했다. 반대로 강제로 얻은 휴식 시간 덕분에 부담에 대한 쿠션감 또한 생긴 것 같다.
아마 나는 쓸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 할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배울 것들에 대한 시간이 있다고 느꼈다. 오히려 긴장할 수록 공부 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의식해서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순간들이 필요하다.
세상 일에는 반드시 좋은 것만은 없고, 또 반드시 나쁜 것만도 없다. 강제로 취한 휴식에서도 배운 점들이 있다는 게 나를 또 희망에 차게 한다.
12월
아직 회복 중이기 때문에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무언가 경험하고 있고, 배우는 중일 것이다.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명확히 구분되는 한 해였기 때문에 상반기가 작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꽉 채워서 알차게 지냈다. 지치지만 쉴 수 없었던 순간들도 분명히 있었고, 지치지 않았는데 쉬어야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모든 일은 예상이 불가하고 나는 그저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뒤돌아 봤을 때 후회하는 일들은 없다. 나는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열과 성을 다 했을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이러한 회고록을 쓰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일기 같은 내용이 되었다. 내년에는 매달, 혹은 단위 기간마다 회고를 적어놓을 계획이다.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할 때 즐거우며,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 보다 잘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순간 순간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한다면, 최선들이 쌓여 나의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 모습을 기대한다.